이정 갤러리에서는 조혜경 작가의 개인전 ‘변주(Variation)’를 선보인다. 그동안 조혜경 작가는 ‘숨겨진 리듬(hidden rhythm)’, ‘반응하는 리듬(responsive rhythm)’, ‘모나드(The Monad)’, ‘내재된 질서(Implicate Order)’, ‘보이는 것 너머 (beyond the seen)’등의 연작을 통해 자연의 보이지 않는 현상을 탐구하고 그 과정에서의 물리적 현상을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시각화하였다. 작가는 베니스의 지아르디니(Giardini)역 부근에 설치되어있는 카를로 스카르파(Carlo Scarpa)의 기하학적 조형물과 그 옆에 누워있는 아우그스토 뮤레 Augusto Murer의 테라코타 작품이 있는 그곳에서 자연적, 인위적 관계 그리고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물결에 영감받아 2002년 ‘시간의 흐름(Stream of Time)’을 발표한 바 있다. 그 이후 기하학 조형물과 자연과의 관계를 연구하던 중 스코트랜드 스타파섬을 방문하여 핑갈의 동굴(Fingal’s Cave)과 그 주변에 펼쳐있는 현무암 기둥을 보게 되고, 그곳에서 영감받아 자연의 리듬을 시각화하는 작업 퍼포먼스 ‘리듬(rhythm)’과 극장 핑갈의 동굴(theatre fingal’s cave), 탄생의 비밀(the secret of birth)을 발표하였다. 그 이후 북아일랜드의 자이언트 코즈웨이, 제주도 주상절리, 경주의 주상절리를 방문 후 반응하는 리듬(responsive rhythm), 강원도 철원 한탄강 부근의 주상절리를 방문한 이후 직선, 사선 그리고 수평선에 대한 관계를 연구한 ‘모나드(The Monad)’에서 기하학적 추상을 통해 육각형 기둥의 높낮이와 방향에서 발견한 반복과 차이를 발표한 바 있다. 반응하는 리듬에서 보여 주었던 반사유리로 만든 육각통에 넣어진 촛불이 반복되어 나타나는 반사현상은 자연의 움직임이 지속되고 있는 과정을 보여준 것과 같다. 그 이후 2011년 내재된 질서(Implicate Order)는 육각형 기둥들로 이루어진 주상절리 풍경 그대로 모습을 옮겨놓은 사진, LED BOX, 그리고 육각의 반복적 드로잉을 발표했다. “이것은 동일한 대상을 반복하면 서도 추상과 재현이라는 이항 대립적 조형 언어를 통해 차이를 만들어내면서 서로 조응한다”고 미술비평가 이재은은 평하였다. 작가는 2013년 노르망디 유진유토픽(Usine Utopik)아트센터에서 발표한 ‘변주(variation)’에서 빛과 그림자의 리듬을 다시 이야기하고 있었다. 조혜경은 “새로운 공간과 시간 속에서 변화를 만들어내는 노르망디의 빛을 만났다. 빛과 나뭇가지들의 합창, 이곳의 자연과 문화가 나에게 또 다른 영감을 주고 나도 모르게 강렬한 빛을 좇아 자연의 본질을 묻고 있었다” 라고 연구과정을 논한 바 있다. 2010년 개인전 ‘반응하는 리듬(responsive rhythm)에서 " 조혜경은 슈나이더처럼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 사이에 자연의 질서를 발견하고자 한다. 그의 탐구의 출발점은 왜 이렇게 나타날까였지만 그가 얻은 결과는 자연이 크게 드러나지 않는 방식으로 작용하는 리듬을 찾아 그 리듬을 절대적인 진리의 표현이라고 믿고 그 진리를 아름다운 형태로 표현하고자 한 것이다. 진과 미가 접목되는 지점에서 조혜경의 작업이 있다. 그런 면에서 그는 고전주의자이다. 플라톤이나 플로티누스 등 그리스 철학자들이 오래 전부터 연구해온, 그리고 칸트, 헤겔 등 관념론자들이 철학의 근간으로 삼은 진과 미의 관계는 어쩌면 변하지 않는 가치와 존재를 믿는 고전주의자들에게는 가장 큰 인식의 출발점일지도 모른다. 특히 현대의 복잡 다단한 현상 속에서 길을 잃게 되는 현실 속에서 조혜경은 그 인공적인 복잡성을 관통하는 내재된 질서, 가장 근본적인 패턴을 찾아서 '나는 왜 여기에 있는가'라는 질문의 답을 찾고 있다. 자연의 존재 속에서 인간의 존재미를 찾는 그러한 노력은 현상 너머의 실제를 알고자 하는 예술가의 능동적인 태도이면서 동시에 자연과 자연이 보여주는 단단함을 신뢰하는 겸손한 태도이기도 하다. " 라고 미술비평가 양은희는 논하고 있는 것 처럼, 작가는 “자연의 보이지 않는 리듬은 어디에서 오는가?”에 대한 화두로 끊임없이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 사이에 자연의 질서를 발견하고자 지속적인 탐구를 하고 있다.